미대동산 프로젝트
2022.02 - 2022.12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37.463744, 126.952136)
미대동산 프로젝트
2022.02 - 2022.12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37.463744, 126.952136)
"조각을 어디에서 살게 할까?"
"그날의 배경이었던 땅과 하늘까지 작품의 풍경으로 가져올 수 없을까?"
2019년 바다에 조각을 데리고 나갔다 돌아온 뒤로, 이 질문이 나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땅 위에 조각을 두는 것을 넘어, 그 땅까지도 나의 작품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시작된 '미대동산 프로젝트'는 작업실 뒤편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땅에서 출발했다. 2022년 대부분의 시간을 이 땅에서 보내며, 조각을 단순히 야외로 옮겨두는 행위를 넘어 땅이 겪는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땅을 관찰하고, 깎고, 덧붙이며 흙과 그 위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조각처럼 다루었다. 그런데 땅을 깎는 과정에서 땅속에 묻혀 있던 수많은 조각과 쓰레기를 발견했다. 삽으로 첫 조각을 발견한 그 순간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땅 파기를 반복하며 조각들을 땅속에서 꺼냈다. 조각을 하나하나 꺼내 들수록, 조각을 만들어야 하는 의미와 목적을 잃어갔다. 나의 작업이 존재하고 작동한 그 이후의 시간을 끝없이 상상하며, 내가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끝에 무엇을 남기게 되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이라 여겼던 땅 아래에서 나온 인간의 부산물들을 그대로 그 땅 위에 두고 전시를 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성한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의 풍경이었지만, 그 안쪽에는 뒤집힌 땅과 흙과 뿌리가 엉겨 붙은 조각과 쓰레기가 드러나 있었다. 그것은 인간이 머무는 땅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내가 하염없이 삽으로 땅을 파내는 영상과 매번 기록하던 작업일지 만이 당시에 내가 남길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