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데려간 나무
2019.10.17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36.843507, 126.189636)
바다에 데려간 나무
2019.10.17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36.843507, 126.189636)
(그날의 일기)
전시가 끝난 작품을 무작정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화이트 큐브에 전시된 조각이 마치 죽은 상태로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각을 만드는 과정에서 들였던 애정이 급격하게 식어버리는 감각을 느끼며, 이 작품을 어디로든 가져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작품을 들고 나가 내려놓은 곳은 바다 한가운데였다.
실내에 전시했을 때는 오래 바라보지 않았던 조각을 하늘 아래 두니, 해가 지고 바닷물이 차오를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았다. 짧고도 길었던 그 하루 동안 달라진 것은 배경만이 아니었다.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따라 작품도 변했다. 찰랑이는 바닷물에 조각은 조금씩 모래 속으로 파고들었고, 밀려드는 물에 휩쓸려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조각의 절반이 소금물에 잠기자마자 빠르게 부식되며 푸르던 금속 표면이 붉게 변했다. 죽은 듯 정지된 상태였던 조각이 살아 숨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