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될 조각, 영원히 남겨질 조각
2022.09.30 -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37.463912, 126.952186)
소멸될 조각, 영원히 남겨질 조각
2022.09.30 -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37.463912, 126.952186)
무엇을 만드는 행위가 곧 이 땅에 영원히 떠돌게 될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던 시기였다. 그 두려움과 동시에, 열심히 만든 조각이 곧바로 무너져 빠르게 사라져버린다면 그것은 과연 괜찮을까 하는 의문도 함께 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조각의 생애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12개의 동일한 형태와 재료로 만든 조각을 100도부터 1,200도까지, 100도 간격으로 각각 다른 온도에서 소성했다. 그 결과, 조각들이 외부 요인에 반응하고 변화하는 속도가 달라졌다. 낮은 온도로 구운 조각은 작은 빗방울에도 금이 가며 쉽게 녹아내렸다. 반대로 높은 온도로 구운 조각은 단단해, 내부에 물이 고이거나 생명체가 서식하게 되더라도 본래의 형태를 유지했다.
금세 땅속으로 스며들어 소멸하는 조각부터, 나의 삶보다 더 길게 이 땅에 남아 있을 듯 견고한 조각까지. 그것들을 관찰하며 나는 내가 만드는 조각이 영원히 존재하길 바라는지, 아니면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고 소멸하길 바라는지 깊게 고민했다.